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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 된 나무를 사용할 거라면
이후로도 1000년의 세월을 견딜 수 있을만큼
가치 있는 일을 해야 합니다.
한강의 기적과 압축성장의 그늘
우리나라는 ‘한강의 기적’이라 일컫는 초고속성장을 이뤄냈습니다.
하지만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우리사회 성장의 그늘 또한 짙었습니다.
고도성장이란 키워드 앞에
우리가 살아갈 도시에 대해 심도있는 고민을 할 시간이 부족했고,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쫓겨나기까지 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정부에서도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 사업성 등의 이유로
개발 위주의 도시정책이 한계에 봉착했고,
원도심은 인구는 인근 신도시와 아파트로
유출되며 슬럼화가 가속되었습니다.
그렇게 대한민국은 침체된 도심을 재생하여
도시경쟁력을 다시 강화시키는 것이
국가적 중요과제라 인식하게 되고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게 됩니다.
대한민국의 도시재생사업
지역이 주도하여 지속적으로 혁신하는 도시
도시재생은 인구감소, 무분별한 개발, 주거환경 노후화, 산업구조의 변화 등으로
문제를 겪는 지역에 다시금 활력을 불어넣고자 추진되는 사업입니다.
-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2조 -
도시재생사업은 물리적 환경개선을 넘어
문화·사회·경제적 등 다각적 방식으로
도시에 활력을 주게 됩니다.
대한민국 도시재생사업의 4대 목표
- (주거복지 실현) 거주환경이 열악한 노후 주거지를 정비하여 기초 생활 인프라를 확충하고, 공공임대주택 공급
- (도시경쟁력 회복) 쇠퇴한 구도심에 혁신 거점공간을 조성하고 도시기능을 재활성화 시켜 도시의 경쟁력을 회복
- (공동체 회복과 사회 통합) 주민참여를 중심으로 이익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고, 다양한 이해관계 간의 상생유도
- (일자리 창출) 업무, 상업, 창업 등 다양한 일자리 공간을 제공하고, 지역 기반의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
물리적 환경정비 위주의 한계?
구도심을 살리기 위해 진행되었던 도시재개발 및 도시정비사업,
물리적 환경정비 위주의 방식의 도시개발사업은
구도심을 활성화 시키는데 한계점이 나타났습니다.
단적인 예로 미국 세인트루이스의 '프루이트 아이고' 임대아파트 단지 사례가 있습니다.
프루이트 아이고는 1951년 '최고의 고층 아파트' 상을 수상하며 슬럼가를 개선하기 위해
대규모 임대아파트 단지(33개동 11층 공공아파트 2,762세대)를 공급했지만,
임대아파트 단지 거주 학생들의 중고등학교 중퇴율이 증가했고 대학 진학률은 낮아졌습니다.
결국 프루이트 아이고는 2년만에 슬럼화가 되어 빈집이 40%에 이르는 우범지대가 되었고,
그나마 소득이 높고 일하려는 의지가 있는 주민들 마저 아파트를 떠나고 말았습니다.
임대라는 특성상 지역에 대한 공동체의 애착심을 키우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결국 프루이트 아이고는 지은 지 불과 20년만인 1970년대 초반 폭파되었습니다.
단지 건축물을 개선하면 사회적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는 개발 방식은
하드웨어 위주 개발의 종언을 알리는 역사적 사건이 되었습니다.
건강한 사회공동체를 형성하고 지역의 슬럼화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건물에서 사람 중심으로 가치관을 이전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또한 무분별한 개발은 단순히 장소를 잃는 문제가 아닌
그곳에서 쌓인 모든 기억과 추억을 함께 잃어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기억의 상실을 넘어 문화의 상실을 초래하게 됩니다.
우리마을의 역사를 잊지 않고,
아이들에게 시대를 이어주는 일
살고 싶지 않은 마을을 살고 싶은 마을로 만드는 일 등
도시재생에 내포되어 있는 다양한 의미를 떠올리게 됩니다.
도시재생은 재개발과 대립하는 사업이 아닙니다.
지금 우리사회는 도시재생의 반대가 마치 재개발인 것처럼 조명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인식입니다.
도시개발을 반대하고 오래된 것을 보존하자고 고집하는 것이 아닌
개발과 보존의 조화를 잘 이뤄내면서 도시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합니다.
우리는 1960년대부터 1990년대 초까지 개발 시대를 살아왔습니다.
이 시기에는 새로운 개발과 재개발이 성장의 동력이었죠.
다만, 오래된 지역을 새롭게 정비하는 재개발은 완전 철거 후 개발하는 '전면철거형'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남길 곳은 최대한 남기면서 재개발을 하는 '수복형 재개발',
오랜 역사적 장소의 보존을 목적으로 하는 '보존형 재개발' 등
다양한 방식이 있음에도 대한민국에서는 대단위 철거 재개발이 유일한 대안처럼 받아들여져
서울과 지방 대도시의 오래된 역사를 흔적도 없이 지웠었던 것입니다.
물론 어려운 문제이지만 우리 사회는 이제부터라도 최대한 보존과 개발의 균형을 이끄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도시는 하나의 생명체
무분별한 개발의 시대를 마치고 도시재생의 시대가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과거의 우리는 도시가 조금 병들고 낡았다는 이유로 허물고 새로 짓곤 했습니다.
만약 도시가 아닌 사람이었어도 그렇게 손쉽게 포기하고 몸을 잘라냈을까요?
상처가 나면 치료하는 게 당연합니다.
아름다움은 잘 지키는 것입니다.
아름다운 도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타고난 아름다움을 훼손하지 않는 것입니다.
도시는 갤러리기에 앞서 ‘삶터’입니다.
그렇기에 도시 변화에 앞서
보편적인 가치를 지켜내고 구성원 모두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더 나은 도시를 꿈꾸며 수많은 노력을 더해 세웠던 이념
그 이념들을 잃지 않으며 변화해야 합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지만 꼭 필요한 일이며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념마저 잃는다면 우리의 현실은 더욱 피폐해질지도 모르겠지요.
간혹 성공적인 도시 변화 사례에서 주민의 의견을 오랜 기간,
많은 횟수를 거쳐 중용한 이야기들이 당연하면서도 놀랍게 느껴지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그 실현을 염원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미래의 대한민국이 재생의 시대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나가길 소망합니다.
참고
조명래, 문화적 도시재생과 공공성의 회복: 한국적 도시재생에 관한 비판적 성찰, 공간과 사회
정석, 천천히 재생, (주)메디치미디어
정석, 나는 튀는 도시보다 참한 도시가 좋다
도시재생종합정보체계, https://www.city.go.kr/index.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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