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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문화가 있기 때문에 다시 일어날 것이다.
- 박경리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소설로 녹여낸 <토지>는 

연재 기간이 무려 26년에 달하는 대작입니다.

 

문학적 표현 하나하나에 감탄을 자아내는

우리나라 최고의 소설이며, 

토지를 읽으면 글쓰기 능력도 일취월장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여러분도 토지는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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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집으로 돌아왔을 때 하늘은 옥빛으로 걷혀져가고 있었다.

 

#2

해가 솟아오르려고 사방이 벌겋게 타올랐을 때,

낮의 열기가 식은 들판에서 썰렁한 바람이 강청댁의 땀 배인 목덜미를 식혀준다.

 

#3

별당 뜰에는 무료한 한낮이 쭉 늘어져 있었다.

 

#4

잠자리는 빙그르르 돌아서 계집아이 머리채 주변을 맴돈다.

 

#5

어느 편에도 기울 수 없는 저울의 추가 되어 살아왔었다.

 

#6

때늦은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더니 이내 그쳤다.

 

#7

봄을 재촉하는 실비였다.

부슬부슬 내리는 빗소리는 새벽에 접어들어 그치고, 안개를 헤치며 마을 모습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8

두만네 발길에 놀라, 여기저기 돋아나 애기여귀풀 사이에 숨어있던 개구리들이 논으로 풍덩풍덩 뛰어들었다.

 

#9

해가 서편에서 넘어가고 땅거미가 질 무렵

 

 

 

#10

가물가물 젖어드는 것 같은 햇빛, 촉촉한 봄기운이 길상이의 가슴을 간지럽혀주는 것 같았다.

 

#11

하늘 빛깔도 좋았고 흘러가는 구름도 못 견디게 좋았다.

 

#12

들판에 싱싱한 푸르름이 가득 들어찬다.

 

#13

~이란 사실이 가슴을 치고 달아나곤 할 뿐이었다.

 

#14

하루가 기울면서 바람이 거실거실 일기 시작했다.

 

#15

느긋한 봄날 같은 평화스러움을 느낀다.

 

#16

목마른 나무가 물을 빨아올리듯이, 새로운 환경은 병수에게 지혜를 주었고 생각을 풍부하게 해주었다.

 

 

#17

눈물 때문에 서희 모습이 물감처럼 번져나간다.

 

#18

‘여보? 저 산새 우는 소리 안 들리세요?얼마나 즐거우면 저리 명랑하게 지저귈까.

새들도 밤이 싫은 거예요. 아침이 좋아서, 환한 햇빛이 좋아서 저리 지저귀나 봐요.

캄캄한 밤이 싫은 거예요. 나도 저 새들같이 한번 날아보았으면.’

 

#19

칠월로 접어든 초여름의 저녁 바람이 살랑거린다.

 

#20

방 안도 캄캄하다. 햇빛을 밟고 왔기 때문이었을까?

 

#21

가회동의 아침은 느리고 한가롭기만 하다.

뜰 안을 서성대던 춥고 배고픈 참새 서너 마리가 푸르륵 날아올라 오동나무 가지에 앉는다.

 

#22

거리에는 어느덧 황혼이 깔려 있었다.

 

 

내가 봤던 황혼..♡

 

#23

노을에 물든 하늘과 땅은 이 세상이 아닌 것처럼 아름다웠다.

 

#24

쉴새 없이 잎새를 흔드는 버드나무에 물든 노을은 곱기만 하다.

 

#25

들판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곡식 익는 내음이 실려온다.

 

#26

그것은 바람 없는 바다처럼 매우 조용했다.

 

 

잔잔한 바닷가를 가진 기차역

 

 

#27

문틈 사이로 빛이 희끄름하게 밝아오고 밖에선 아침의 기척이 들려온다.

 

#28

생각에서 풀려난 기화 눈에 창밖 풍경이 들어온다.

 

#29

바람은 부드러웠고 강물엔 봄빛이 어려 있었다.

 

#30

어느덧 해가 솟아오르고 풀잎의 이슬들이 눈물같이 반짝거린다.

 

#31

그들의 사랑은 남자에게도 여자에게도 소나기였다.

긴 여름 무더위 속에 잠깐 왔다 가는 짧은 소나기

 

#32

속박에서 풀려나오는 순간 공허가 밀려온다.

공허 속에 어둠이 스며오고, 밤의 고요함이 아프게 가슴을 훑고 지나간다.

 

#33

초가을의 찬 기운이 옷깃 사이로 기어든다.

 

#34

가난하다. 마음이 가난하다.

 

#35

그동안 과연 세월은 흘렀는가, 흘러갔는가.

 

#36

조각달이 멋쩍게 하늘 한가운데 걸려 있다.